막말을 하는데 품위가 유지된다면 그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막말을 할 때면 하는 그 사람의 품격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양반이라서 상말을 못하겠다는 것은 이해되는 말이다. 고운 말과 인격은 비례한다.
그런데도 정치인한테는 막말이 자주 터져 나온다. 막말을 해 본전도 못 건질 것 같은데 정치적 셈법으로는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정치인의 막말을 우리는 많이 접해 봤다. 당장 욕을 먹기는 하지만 막말이 주는 뉘앙스가 어쩌면 유권자한테 더 빠르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좀 더 강력하게 부각하려면 당장 욕은 먹어도 막말이 필요할 때가 있다는 계산이다.
정치적 셈법이야 일반인의 셈법과는 다르니 서민들 입장에서는 그 셈법을 이해할 방법이 없다.
6·13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마지막으로 막말 한번 하겠다”며 작심하고 일부 한국당 의원들을 비판한 데 대해 또한번 당내가 소란해졌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물러났으면 조용히 떠나는 게 도리인데 “막판 재 뿌리기냐”며 많은 의원들이 발끈한 모양이다.
홍 대표가 그동안 쏟아낸 막말이 지방선거 패인의 결정적 원인이 됐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신중치 못한 그의 말이 국민의 강한 거부감을 받았던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당 대표로서 그간 뱉어낸 정치적 수사들은 좀 더 걸러지고 보다 전략적이어야 할 부분들이 부족했다는데서 아쉬움은 분명 있다. 선거가 망쳐진 지금에 와서 갑론을박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마는 홍 대표의 막말을 문제 삼는 당내 의원들은 자성할 대목이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홍 대표의 막말이 문제가 됐다면 미리 막았어야 할 사람이 바로 한국당 의원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이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습관이 되어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경구처럼 말은 신중할수록 좋다.
불가에서는 “사람의 입이 화를 부르기도 하고 복을 부르기도 한다”고 가르친다. 정치도 이젠 막말과 같은 잔꾀를 부려서는 먹혀들지 않는다. 정도(正道)의 정치가 새로 열려야 한다.
우정구 케이투데이 편집인
<전 매일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