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트럼프대통령도 들뜬 표정을 감출 수 없을 만큼 세기적 이벤트임에는 틀림없다.
1989년 지중해의 몰타섬에서 동서냉전의 종식을 선언한후 북한과 한국 미국 등의 마지막 남은 냉전의 고리를 풀어내는 세계사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민족으로서는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만큼 남북의 평화체제구축은 물론 통일국가의 염원을 이룰 수 있을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회담을 지켜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회담 결과를 담은 북미정상공동성명의 발표와 트럼프대통령의 기자회견 등에서 보인 이 날 양정상간 합의 내용은 역사적 만남이란 상징적 의미 보다 함량미달이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였다.
물론 그동안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북미정상회담이 실현된 그 자체만으로도 평화로 가는 여정의 가치있는 첫걸음으로 볼 수도 있다. 앞으로 실무회담이 진행되면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속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 한번을 가지고 비관적으로만 보아서도 안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대통령과 그의 안보외교 실세들이 그동안 북한과 김정은을 압박해왔던 장담과 큰소리들은 그야말로 언어유희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떻게 하루 아침에 말과 실제 합의가 그렇게 달라질 수 있는지 머릿속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트럼프대통령의 큰소리에 기대를 걸었던 한미 양국민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완전하고 검정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목표로 한다던 미국이 북한이 주장해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받아들인 것은 트럼프의 목표설정이 처음부터 겉과 속이 달랐던 게 아닌지 의심된다. 북한비핵화도 아닌 한반도비핵화를 CVID가 포함된 듯 설명하는 트럼트의 의도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 알 수 없다.
이번 합의의 비핵화는 판문점선언의 수준이며 판문점선언 당시에도 이로 인해 말썽을 빚자 우리정부당국자는 더 이상의 진전된 비핵화합의는 북미정상간 협의사항으로 넘겼던 것이다.
그러나 싱가폴르 비핵화 합의수준은 트럼프정부의 이전까지 주장에 비해 크게 후퇴했는데도 트럼프는 만족할만한 합의를 이룬 양 한미동맹의 핵심가치인 한미연합훈련의 중단과 향후 주한미군 감축까지 언급한 것이다.
우리로서는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합의에 명시된 후속합의를 위해 폼페이오 미국무장관을 비롯한 실행협상팀이 북미간 비핵화문제를 어떻게 풀지, 평화체제를 어떻게 구축할지에 따라 이번 북미합의는 우리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한반도비핵화가 북한만의 의무사항이 아닌 미국의 핵우산까지 포함하고 있고 목표시한이 명시되지않았기 때문에 비핵화추진이 2년후의 트럼프대통령 임기후까지 미뤄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비핵화의 실행은 모호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추진 과정에 북한의 선의만 확인되면 제재조치를 풀 의사를 밝혔고 중국 또한 제재해제를 들먹여 자칫하면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북제재 마저 흐지부지할 공산이다.
이럴 경우 우리는 북한이 실질적인 핵보유국지위를 가진 상태에서 남북간에 교류협력을 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트럼프는 비핵화의 비용을 한국과 일본이 도운다고 밝혀 한국민으로서는 우리 국회의 동의도 없는 입장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부담을 언급하는 자체가 무례하게 느껴진다.
설사 부담을 양해한다 해도 우리의 경제적 역량이 허용하는 범위라야 할 것인데 그렇지 못하면 이 또한 우리의 재앙이 될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한미간의 의견조율이 있었을 것같고 남북간에도 의견교환이 있었겠지만 합의내용은 한국민의 우려를 해소하기엔 턱부족이다. 이제 우리정부와 국회도 회담결과에 따른 비용 가운데 우리가 저야 할 몫이 크다면 우리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번 북미정상의 대화 자체는 환영할 일이라 해도 완전한 비핵화를 담보할 수 없다면 회담 결과에 대한 우리 나름의 결연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동일문화장학재단 협찬)
홍종흠(洪宗欽) 프로필
현)대구경북언론인회 칼럼조정위원장
매일신문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대구광역시문화예술회관장
대구가톨릭대학 겸임교수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3대 의장
대구광역시 문화상 수상
(저서및 편역서)
대구의 앞산, 대구의 뿌리 수성, 팔공산,그 짙은 역사와 경승의 향기,
국역계동선생문집,대구의 고문선,수성사직제의례, 선(禪)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