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환 작가- 대구출생 .대구성광고 졸업 .경북대 독문과 졸업 <주요저서>마음 중 단편 .대불(시집) .김대중 .한국전쟁 언저리 .금호강의 영혼(시집)
#매주 목요일 연재
지하세계 1
5. 붕 괴
기상담당관은 특명전권대사를 거쳐서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듯이 상화왕국의 국왕이 되어 있다. 그의 아버지는 인구 육천 명의 조그만 동네의 동장 일을 보다가 점점 사람이 불어나서 삼만 명의 동민들을 보살피던 사람이다. 원래 학교에 다니지 않았지만 글재주가 뛰어나고 무리 없이 마을을 이끌어 왔던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를 빼어 닮은 국왕은 어려서 총명하고 금홍강가에서 낚시를 즐기던 소년이었다. 강물의 깊이, 물고기의 종류, 홍수가 나면 몰리는 물고기, 가뭄 때의 저수지가 어떻게 변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개구리와 도마뱀 등의 생태계를 열심히 연구하였는데 낚시를 가려면 늘 하늘의 형편을 살펴야 했다. 그래서 그는 기상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여서 천문에 일가견을 지니고 후학들을 지도하는 대학의 총장 일을 보고 있다가 지구의 대혼란으로 겨우 생명을 유지하여 오다가 새롭게 만들어진 제1지상국가의 한 나라에서 통치자가 됐다. 오염된 호수와 강물을 정화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므로 국왕도 호수에서 지내는 일이 많다. 날씨가 쾌청한 날을 선택하여 아쿠아 렁을 몸에 부착한 경호원들과 같이 호수 밑을 살피고 있던 중 제1지하국가의 사절일행을 만나게 된다. 물에 흠뻑 젖어 뭍으로 올라오는 그들을 보고 사절일행은 예를 올린다. 무척 당황한 국왕은 서둘러 모든 일행과 같이 궁성으로 향한다. 연도에 도열한 이백만 명의 국민들이 환호성을 올린다. 일 년에 서너 번은 이런 일이 생기므로 안전에 대한 배려도 세심하다. 밀착경호방법과 국왕과 비슷한 용모의 경호원들이 많아서 일반인들은 혼돈이 생길 소지도 많다. 국왕이 되기 전에는 이런 행사가 참으로 멋있고 해보고 싶었는데 막상 본인이 직접 당하게 되자 썩 마음이 내키는 일은 아니다. 궁으로 돌아와 사절들과 더불어 세블국의 언샘과 총독이 보내온 송쇄리로 식사를 하는데 막상 제1지상국가의 상화왕국에서 생산된 음식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운을 뗀다. 사절일행은 제1지하국가에서도 비슷한 사정임을 아뢴다. 상화왕국의 국책연구진들은 혹독한 시련을 겪은 일로 인해 지구의 파멸에 대한 준비로 가장 많은 비용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언제 지구가 뒤틀릴까? 그러면 뒤틀리지 않게 하는 방법, 언제 지구폭발이 일어날까? 천문기상의 변화과정에서 사람들의 생존조건이 강력하게 위협받을 때 그 조건들을 헤쳐 나가는 것이 무엇인가? 이런 점들이 주류를 이룬다. 물고기를 잡으러 가려다가 비가 몹시 내리거나, 추운 눈발이 휘몰아쳐 집안에 꼭꼭 틀어박혀 바둑판을 하루고, 사흘이고 붙잡고 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그 때는 큰 고민이 없었다. 지구를 살리겠다는 결심도 하지 않았다. 붕어를 많이 잡고 일 년 내내 한 번도 잡은 적이 없는 잉어가 낚시에 물리면 좋겠다는 공상만 했다. 나룻배를 몰던 사공은 팔뚝보다도 큰 메기를 그물로 잘 잡았지만 소년이었던 그는 그런 경험을 한 번도 못했다. 국왕이 되어 이제는 안 되는 일이 없을 지경이다. 명령만 하면 된다. 그렇지만 아직도 지진이나 지구의 파괴와 생태계의 회복, 등은 국왕이지만 그의 명령으로만 성공할 수 없는 통치권의 범위를 넘어서는 영역이다. 이 부문에 이르러서는 옆 나라의 국왕이나 다른 행성의 왕들처럼 고민과 바보스러움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인간에 속한다. 국가 간의 토론의 주제는 대부분 불가능한 일들이 많다. 자신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일에 대한 해결책을 구하는 방식이다.
국왕은 긴 세월의 묵은 더께를 헤치고 고향마을에 일행과 방문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무엇인가 허기진 옛일이 스친다. 간디란 인물의 이름자체가 ‘식료품’의 뜻을 지니고 있기도 한데 무엇을 먹을 때 가장 맛이 있을까? 그 해답에는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상화왕국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생산하는 일이 벽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식문화가 파괴된 땅에 새로운 식문화를 접목시켜야 한다. 이제는 식사의 개념이 한 국가의 문제에서 위성화된 상태로 까지 폭이 너무 넓다. 해양국가, 위성국가, 지하국가의 식료품이 거의 똑같다는 사실이다. 옛날의 한국인들은 된장, 김치, 간장에 습관화 되어서 버터, 빵, 우유를 거부하다가 차차로 혼합하다가 이제는 어디서건 비슷한 조건으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사절일행과 식도락의 추억거리를 만들고 싶어도 마땅한 방법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마하트마 간디’, ‘위대한 영혼’, ‘위대한 식료품’, ‘배가 큰 식료품’, 언어적 분석을 해보아도 흥미도 유발되지 못한다. 국왕은 호수나 강에는 경고문을 세웠다. ‘읽어야 됨’이란 강제규정이다. 이슬람교의 ‘코란’과 같다. 코란은 ‘읽어야 된다.’란 뜻이다. 다섯 가지는 상화왕국의 국가 법 규정들이다.
1. 호수․강이나 어떤 물이라도 오염시키는 자는 처벌받는다.
2. 공기와 햇볕을 나쁘게 하는 자는 처벌받는다.
3. 생태계를 파괴하는 자는 처벌받는다.
4. 식물․동물을 인격화하지 않는 자는 처벌받는다.
5. 환경과 생명을 우선시 하지 않는 자는 처벌받는다.
공중에서는 부드러운 색색의 털실로 뒤덮이고, 가운데에는 꿩의 깃털무늬의 구름이 두둥둥 흘러간다. 점점 땅에 가까워 오니 팔선녀가 아름다운 자태를 나타낸다. 신발과 장갑을 끼고 선녀를 만나러 쏜살같이 날아가는데 잡힐 듯 붙잡히지 않는다. 이번에는 흰 조가비를 켜켜이 쌓아 올린 층층의 털샌 구름 속에 부채춤을 우아하게 추고 있는 처녀들이 땅으로 내려오다가 사뿐사뿐 하늘로 올라간다. 잽싸게 쫓아 올라간 사람들 중에는 선녀의 옷을 몇 가지 가져오기도 한다. 동서남북으로 흰 베일을 덮은 구름 속에 달무리가 생겨나더니 연이어 해무리가 드리워진다. 같은 시각에 갑자기 더 높은 곳에서 수천 마리의 양떼들이 궁깃궁깃 언덕을 올라가는 하이얀 그림으로 수놓아진다. 동글동글 양들이 원을 만들면 그 속에 늘씬한 몸매에 흰 천만으로 살짝 몸을 가린 여인들이 빽빽하다. 다시 양떼들이 회색빛으로 차차 바뀌면서 둘둘 말리고 저 멀리서 뿌연 안개가 떠오른다. 아주 낮게 산허리에 드리우면서 무지개를 그 위로 살포시 띄운다. 안개와 무지개가 걷히고 다음에는 맑은 하늘에 몽글몽글하다가 청천벽력을 울리더니 소낙비가 후두둑 한차례 떨어지고 다시 햇볕이 쨍쨍 내리 쬐인다. 온도가 올라갈수록 더운 공기가 주위에 돌아다닌다. 잠시 있으니 신선한 바람이 옷자락을 휘감고 이마의 땀을 살그머니 지워버린다. 그러더니 하이얀 포연이 내리쳐 앞뒤를 분간하기 곤란할 때 팔백여 아리따운 선녀들이 옷을 홀랑 벗은 채 맨몸뚱아리로 쑤욱 땅에 내린다. 너무도 갑작스럽고 당황하여 사절일행들은 정신이 얼얼하니 참으로 속 시원한 구경에 기운이 하늘에 도동동 떠있는 상태다.
팔백여 알몸의 선녀들이 쪼르르 사절일행 앞으로 다가옴에 어떤 행동을 취할까? 놀라움을 나타내기도 전에 여인들은 그들의 옷을 찾아 주섬주섬 몸에 걸치고 있다. 어느 옷이나 모양이 약간씩 다르지만 대부분 몸매에 치수가 정확한 것들이다. 알고 보니 그녀의 옷가지들은 사절일행의 주위로 하늘에서 후두둑후두둑 계속 떨어지고 있다. 빨리 주운 선녀는 금방 옷을 입었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옷을 찾지 못해 맨살을 드러내 놓고 발을 동동 구르는 선녀도 많다. 그들은 사절일행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어렵게 만들어 놓은 인공강, 숲, 방파제에 안내하여 안전의 확보 및 다른 나라에게도 필요하면 기꺼이 인류의 번영을 위해 기술전수를 할 예정이란 설명을 한다. 그런 연유로 하여 가장 마음에 드는 선녀를 찾아서 상화왕국의 국왕에게 신청을 하면 그 선녀를 데리고 평생을 살아도 무방하며 이민의 허용과 양국의 교류로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제1번 인공강까지 이동하는데 남자 안내원은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고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이 모든 일을 척척 한다. 비행선을 타고 방파제 바로 옆에 만들어진 비행장에 착륙하니 쭉 뻗은 양 옆에는 넓은 바다와 약간씩 높아지는 듯한 여러 개의 강물줄기가 질서를 잡아 길게 늘어져 있다. 비행선을 강물에 띄우면서 부피, 모양변형을 통해 유람선으로 바꾼다. 무도장도 만들어지고 침실도 호화롭게 꾸미고 음악도 흘러나온다. 국왕과 만찬 때와는 달리 온통 먹을 것이 널려 있다. 너무나 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이 물속에 살고 있고 잡기도 무척 쉽다. 일부러 물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유람선에서 발사하는 전파로써 어류들이 몰리게 한다. 각 종류마다 좋아하는 전파가 다르므로 먼저 물고기를 한 차례 자동으로 잡아 올린 후에 다음 종류를 잡는다. 물속의 모습을 구경할 때는 수압과 공기압에 견디는 잠수함으로 바꾼다. 유람선에서 곧바로 연결되어 내려간다. 투명한 껍데기로 제작되어 강물속의 모습이 모두 보인다. 수려한 모습으로 아케이드가 가장 밑에 널려 있고 그 위로는 이중의 무늬로 비춰주는 방해석의 병풍이 쭉 늘려 있다. 간혹 경도가 센 금강석도 보이고 쪼개진 방해석이 똑같은 각도로 맞물려 조그만 덩어리가 모여 산을 만들기도 한다. 갖고 싶은 아케이드, 수정, 금강석, 등은 원하는 사람이 잠수함의 안쪽에서 신호를 보내면 사람의 팔뚝 크기보다 작은 범위에서 잠수함의 바깥쪽에 달라붙는다. 잠시 인공강 위로 오르긴 해도 완전히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얕은 물속에서 수압, 공기압이 감소한 상태에서 강물의 아래위의 수압차를 이용해 일련번호와 관광객의 번호를 붙이고 그 다음 흡입식 기계장치로 안쪽으로 회수하여 각 개인에게 배부하게 된다. 강물 속에서 줄어지는 만큼의 자원에 대해서는 컴퓨터 합성장치를 통해 정보가 전달되고 곧이어 사흘이내 줄어든 분량의 1.2배까지 다시 만들거나 자동으로 생산하여 투입한다. 구경을 한 번 해본 사람은 너무나 많은 고가의 광물이 수두룩하여 떠나길 싫어하기도 하지만 다음 번 사람들이 몹시 기다리므로 시간은 제한된다. ‘봄눈 슬 듯’ 즐거운 구경에 모두들 재차 신청을 하여도 허락을 해준다. 아마 관광객들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금강석에 재미를 붙인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 구경하는 사람들은 탄산석회가 가라앉아서 된 무색투명한 차돌로 이루어진 산을 보게 된다. 얽히고설킨 산들이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고 똑같은 산, 땅으로 나타나길 반복한다. 금강석 칼로 주루룩 잠수함이 부딪히면 방해석산은 똑같은 각도의 파편들이 바닷물에 무너져 잠기거나 잠수함에 달라붙기도 한다. ‘금돈도 안팎’이 있는데 상화왕국이 이처럼 값진 것들을 관광객이나 사절들에게 제공하고 결혼까지 주선해준다면 손익계산은 아예 맞지 않는다. 실제로 사절일행들은 아리따운 선녀들을 상화왕국의 국왕으로부터 허락받아 각자 부인으로 맞이하고 행복한 나라에서 영원히 살지는 못했지만 다음의 나라로 떠나게 된다. 아쉬움이 허공에 교차된다.
세 사람은 제1지하국가에 되돌아와 그간의 사정을 ‘아동 판수 육갑 외듯’ 여왕에게 보고한다.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하여 여왕은 한 번 더 보고를 경청하여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공강의 구조와 진귀한 보물의 계속적인 공급이 어떻게 가능 할까? 란 의문부호 앞에서 제1지하국가의 연구진들도 머리를 짜내야 한다. ‘지어먹은 마음이 사흘을 못 가는데’ 다른 일도 많은데 한 도시를 강으로 만들어 지하국민들이 즐길 수 있게 하라니, 제1지하국가의 자원을 ‘지신에 붙이고 성주에 붙여서’ 무슨 큰 이득이 생길지 알 수는 없다. 모조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사파이어를 우선 만들고 물줄기에 쏟아 부어도 아무런 표시가 나지 않는다. 양이 너무도 작다. 다시 방해석을 동원하여 이중, 삼중, 오중, 십중으로 이리저리 비추어 보석들이 많이 보이도록 조작을 한다. ‘왼새끼 꼬는 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계속 추진을 한다. 아무리 일을 하여도 ‘센둥이가 검둥이고 검둥이가 센둥이다.’ 인공강을 만들다가 여의치 않으면 몽땅 덮어 버리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소 잡은 터전은 없어도 밤 벗긴 자리는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요새는 어떻게 되었는지 무조건 복종하던 시절과 달라 무리한 계획은 못 하겠다고 하는 일이 생긴다. 검허장 여왕 앞으로 인공강 조성계획은 맞지 않다는 결론을 들고 온다. 그러면 무슨 방도가 있느냐 물으니 한 도시를 해내기 어려우니 아주 작은 범위로 축소하여 야구장 정도의 넓이에 인공호수를 만들고 거기에 방해석과 보석을 진열하고 유람을 하더라도 모조보석의 공급도 한계에 다다른다는 보고이다. 강이 아니라 대형어항이 고작이다. 개념을 강에서 어항으로 바꾸자고 한다. 여왕은 기분이 무척 상하지만 계획은 1/100,000 수준으로 줄어들어 야구장만한 큰 어항을 만들고 구경하자는 수준으로 후퇴하게 된다. 유리벽을 야구장 크기로 빙 둘러쳐야 하는데 기술적 문제가 생긴다.
처음에는 국가적 자존심도 있어서 곧바로 협력요청을 하지 않고 자체기술로 유리벽을 쌓아보니 잘 되지 않는다. 지하 흙에서 모래성분을 추출하여 재빨리 유리를 만들지만 수압에 견디는 유리벽을 건설하기가 문제다. 어항의 안쪽에 높이가 낮은 유리벽을 짧은 간격으로 설치하는데 마지막 바깥 유리벽까지는 조금씩 높이가 올라가도록 하고 물고기나 부유물질은 위로 이동되거나, 아래의 촘촘한 간격으로 뚫어진 구멍으로, 중간쯤으로 듬성듬성 뚫린 구멍으로, 수압이 덜 압박이 되도록 하는데 제1번 유리벽에서 끝의 유리벽까지의 물의 이동 구멍들은 일직선으로 일치하지 않고 어긋나게 하여 물의 흐름이 느려지게 만든다. 모형실험의 성공을 통해 실제 큰 어항을 만들어 보니 유리벽이 깨져버리고 물이 온통 도시로 쏟아져 내린다. 이제는 할 수 없이 상화왕국에 연락하여 도움을 청한다. 세 명의 여자가 이미 제1지하국가에 살고 있지만 국가적 문제로 인식되어 공식채널을 통하게 된다. 상화왕국에서 파견된 실무연구진은 먼저 번에 보았던 팔백여 여인에 속한 그 사람들이다. 제1지하국가에 시집온 여인들이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예전의 관행을 버리지 못해 일을 더 크게 벌리고 있다. 질소진공 부력차단층을 만들어 유리벽을 만들지도 않고 공기압의 차이로 양쪽을 차단하여 물이 넘지 못하게 한다. 다만, 장식적인 문제로 인하여 유리벽을 질소진공 부력차단층에 끼워 넣어 지하국민들이 유리벽을 보는 것처럼 만든다. 너무도 간단하게 처리해 버린다. 방해석의 결정들도 아케이드를 조작하기도 하여 실험할 때 투입하던 양의 만분의 일도 넣지 않았는데 온통 보석으로 이루어진 휘황찬란한 형상을 만들어 버린다. 꺼내서 각 개인이 선물용으로 가져가 버릴 대비책으로 어항의 중앙과 33개의 위치를 선정한 곳에서 계속적으로 모조의 보석들을 수중에서 자체 생산토록 설계돼 있다. 빠져나가는 양만큼 물과 대기 중의 공기를 혼합하여 스스로 만들어지고 있다. 너무도 쉽게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져서 제1지하국가의 담당 관리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큰 어항들은 도시마다 생기게 된다. 아울러 여왕의 동상은 어항에서 쏟아내는 진귀한 보석들의 빛을 합성하여 어항 위에서 찬란한 색색으로 보석 빛으로 빛나게 뱅글뱅글 언제나 보이도록 하고 여왕의 모습을 내내 보는 것이 마땅하지 않으면 각 개인이 원하는 사람으로 바꾸어 보일 수 있게 된다. 이것도 지겨운 사람들은 상화왕국의 삶의 모습, 제2지하국가의 모습, 사랑섬, 검허장 여왕섬, 등 풍물들과 새로운 것들을 구경할 수 있다. 물고기의 투입과 큰 호수로의 발전단계를 점차로 현실화시키는 수순까지 바뀌어 간다.
‘어느 구름에서 비가 올지’ 사건, 사고는 모두 기록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세블국에 당도한 사절일행이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되돌아오게 된 교신이 제1지하국가로 날라 온다. 세블국에 가보려는 계획은 늘 ‘게 잡아 물에 넣는 식’이다. 이번에도 계획이 축소되어 다른 나라로의 방문을 취소하고 만다. 세블국과는 모든 것들이 단절된 상태가 자꾸만 쌓인다. 제1지하국가는 많은 발전을 이루어 한 가지씩 불편이 줄어들고 편리하고 좋은 것들을 다른 나라에서 받아들여 생활상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하국가의 건설기술도 차츰 진보하여 더 밑으로 파고들 수도 있다. 고체 상태인 맨틀층 2,900km까지 개발을 착수할 계획도 짤 수 있고 액체 상태인 외핵부분이 2,900km~5,100km인데 이곳을 지나는 기술적 문제는 힘들긴 하나 5,100km~6,371km까지는 고체이므로 상황이 달라진다. 제2지하국가의 건설로 인해 지구의 속으로 파고든 깊이는 얼마 되지 못한다. 맨틀 층까지 로봇으로 개발하려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2,900km를 파내려가야 한다. 제1지하국가와 제2지하국가는 너무 낮은 높이로 국가를 구분하기보다는 지상으로부터 제1지하국가의 두께를 더 두껍게 하는 대신에 제2지하국가와 제1지하국가를 하나로 만들 수도 있다. 더 넓어진 공간으로 공간에 활용할 시설이나 지하국민들을 위한 것들을 갖출 수 있다. 두 나라를 합하더라도 더 낮은 지하로 내려갈 수 있는 여분의 깊이는 너무도 많은 때문이다. 내려갈수록 넓이는 줄어드는 경향은 있지만 개발가능성은 무한하다. 검허장 여왕과 총독은 서로가 쾌적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하여 개발계획 자체를 일원화하는 문제와 동시에 나오게 되는 암석과 흙더미로 새로운 위성을 하나 더 만들 방법에 대한 실무적인 회담을 개최하기에 이른다. 여러모로 이중적인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먼저 지상국가와의 두께를 예전의 2배로 하여 50층 여과 층으로 할 것인가? 40층 정도로 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그 다음은 너무 얇게 정해진 퇴적층(발을 디디는 부분)을 두텁게 하자는 안과 아예 새로운 지하국가 건설 후에는 2km쯤 훨씬 깊이 파서 2km 이상의 차이를 만들자는 두 안이 팽팽히 맞서게 된다. 절충을 거듭하여 먼저 제2지하국가에서 새로운 지역으로 땅을 파들어 가기로 한다. 발 디디는 부분을 남겨두고 제2지하국가의 위 천정 아래에서 작업을 시작하여 상당한 공간을 확보하고서 제1지하국가에서 삽질이 되면 우르르 아래로 흙이 떨어지도록 하는데 제2지하국가의 가벼운 공기가 밀려 제1지하국가로 올라가고 제1지하국가의 무거운 공기가 아래로 몰아치면서 기압차로 50층 두께의 지상국가와의 층을 남기고 흙과 암석이 아래로 쏟아지게 만든다. 먼저 파낸 흙, 돌을 예전과 같이 세블 초신성을 만들 듯이 우주공간으로 뿌리거나 제2지상국가 건설지역으로 이동시킨다. 임시지하도시를 만들어 보니 이곳의 공기는 중력이 제2지하국가보단 못하지만 제1지하국가의 대기와는 다르다. 두 곳의 공기가 뒤섞인 상태다.
두 나라의 합작으로 건설되는 지하도시는 문화의 싹이 트기 시작한다. 아주 적은 부분이지만 시체의 매장지를 설정하고 양국의 협정문과 기념비적인 조형물도 건설한다. 동상을 세우는 일도 쌍둥이로 만든다. 관공서 건물도 좌우로 대칭되는 쌍둥이로 짓는다. 행사장에는 두 명의 지도자가 동시에 나온다. 모든 일정을 사전 조정하는 것은 두 나라 담당관이 먼저 회동하여 실무적 차원의 윤곽을 따지고 검토한 다음 실행한다. 새로운 계획 지하도시를 건설하는 일이 힘이 든다고 해도 ‘나그네 보내고 점심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아야 된다.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양국의 통합에 있어서 서로가 지켜야 할 점은 꼭 실천하는 것이다. ‘긴 병에 효자 없으므로’ 되도록이면 정확한 시간 내에 지하도시가 멋있게 생겨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 안 나는 숭늉이 더운 행세’를 하고 있다. 사실인즉, 이들이 제일 저변 층이므로 행정의 방향도 무언의 행복에 귀를 기울여야 된다. 금방 드러나지 않는 의견을 물밑에서 끌어올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가 인식하는 것은 겉으로 표출된 것에 시선이 집중되지만 표출되기 이전에 잠재적 상태와 인식한 순간부터 변질되는 세계를 더욱 적확하게 끄집어내는 것은 학문의 영역이건 실제 사회현상의 적용영역이건 그렇게 간단치는 않다. 계획도시를 건설하려는 시점부터 잘못이 내포될 수도 있다. 가장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것이 사람들의 삶의 기저를 알게 모르게 파괴시키는 역할로 기능할 여지도 생긴다. 하는 일 자체가 문화 창조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문화파괴 쪽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될 수도 있다. 양국가의 기존질서가 재편성되면 훨씬 선진화된 세상이란 정확한 해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행정 강제는 자기구속성을 속에 지닌 채 시행된다. 어차피 행위에 중점이 두어지고 주어진 상태를 개선하여 계획대로 바뀌도록 하는 것이 기본적 모델이다. ‘길마 무거워 소 드러 누울 수 없다.’ 일관되게 일을 벌이는 것이다.
국가조직법을 재편성하여 여왕과 총독을 어떻게 호칭하며 권한배분에 대한 협정을 맺어 실제로 적용시켜야 한다. 외교와 국방을 담당하는 쪽과 국내의 행정을 총괄하는 분리방안도 나온다. 지역을 분할하여 각기 통치하되 중심적인 결정사항은 대표에게 위임하여 일을 처리하는 안과 모든 일을 같은 숫자의 인원으로 하자는 안 등이 나온다. 일이 진행될수록 기득권을 포기하고 점점 영향력이 축소되어 설 자리를 잃어버릴 것이란 점에서 내실을 다지면서 절대로 모든 힘을 빼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세력이 존재한다. 확실하게 드러나는 행동도 없지만 심리적공감대는 엄연히 물밑에서 소용돌이를 감추고 있다. 여왕은 8명의 지역행정 책임자들을 궁으로 모은다. 차례로 보고를 듣는다. 가장 가깝게 제2지하국가와 맞닿은 지역이다. 첫째는 지하국민의 소속의지가 무력화되어 새로 생긴 계획도시나 제2지하국가로 너무도 쉽게 이주한다. 둘째는 지하국민들이 조직화되어 세력으로 남아 있지 못하므로 제2지하국가에 흡수되어 현재의 상황에서도 위협이 될 수 있으며 나중에도 반대세력화 될 우려가 있다. 셋째는 검허장 여왕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총독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는 점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지역 행정관으로 감당할 부분과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성이 상존하는데 이에 열거한 것들은 국가적 문제임을 상기시킨다. 또 한 사람의 지역 행정관이 자신의 입장을 나타낸다. 그는 국경선과 많이 떨어진 지역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첫째항의 발언에 대해서 자신의 지역민들은 그렇게 쉽사리 생활근거지를 떠나지 않을 뿐 아니라 너무도 보수기질화, 정착증후군으로 인하여 도대체 활력과 발전의 서광이 보이지 않으므로 크게 우려할 사안이 아니다. 소속의지에 관해서도 새로운 사태에 직면하여 순발력과 적응력이 필요한데 너무도 과거에 집착하여 제1지하국가를 과대포장, 지하낙원처럼 생각하여 올바른 소속의지나 애국심으로 보기에는 미흡하지만 오히려 뿌리가 흔들리면 더 굳세게 타국가에 흡수되지 않으려 발버둥 칠 수도 있다. 둘째 항에 대해 흡수와 보존의 문제에서 보존만을 너무 강조할 때 타방도 똑같이 빗장을 걸어 잠그고 대처한다면 서로에게 손실이며 나아가 제1지하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신축성의 문제와 외교적 신뢰도에 있어서 상대방국가의 사람들이 많이 섞여 있을수록 모방과 견제를 이루게 되고 섣불리 침략하려다가 자신의 나라 자체에 엄청난 이주민들이 있으므로 다시 한 번 재고하게 되고 사전에 정보누출도 심하므로 평화에도 중요한 역할이 될 수 있다. 셋째 항에 대해서 타국의 원수에 대하여 나타내는 모습은 실체진실일 수도 있으나 외교적 수사가 가미된 경우도 많으므로 단시간의 관찰로써 분석하기 어렵다. 표본의 추출 및 신뢰성에 긍정을 하더라도 다른 상황이 돌출되면 분위기가 너무도 쉽게 바뀌므로 우려하지 않아도 좋다. 가상적국으로 선전하거나, 무역 분쟁이 일어나거나, 군비경쟁의 일이 생기거나, 거부하기 힘든 조약으로 상대방을 얽어매거나, 선전포고 등이 나타나면 모든 평화 시의 가면들이 없어져 버리고 일순간에 다른 가치구조로 마주 대하게 되므로 상호선린, 호혜평등의 원칙하에 현재가 유리하다. 모든 이주민들이 타국의 원수를 자신의 모국에서 행하던 방식에서 다르게 이중 구조적 논리에서 접근한다. 자국에서는 자국의 문물, 원수를 비판하다가도 타국에서 타국의 원수나, 타국민이 엄청나게 많이 거주하는 곳에서 타국의 문화를 욕하고 싶어도 반대의 말을 하게 되는 정치적, 언어적 모순을 생각하여야 하므로 신뢰성의 검증이 필요하다. 또 한 사람은 여왕과 총독은 분명히 다른 정치적 개념인데 동일시되어 합성 국가화 된 것은 적절치 않다. 입헌군주국에서 여왕은 상징적, 관례적, 정치권력을 행사하는 주체이고 자국에서 떨어진 지역에 행정, 정치적 조정자, 관리자로서 파견한 총독이 정치적하위에 존재하는데 불구하고 상위의 여왕과 동격으로 올라 서게 되고 제1지하국민이 이주하여 세운 제2지하국가를 어떻든 적정한 수준의 거리감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제1지하국가의 영속성을 보장하고 더 나아가 그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흥지모임의 결성을 주장한다. 엄선하여 선발된 집단은 흥지모임에서 규정한 위급사태가 발생할 시는 군사력, 경제력, 문화력, 모든 방법을 동원해 왜곡된 상황이나, 왜곡된 상태를 원상으로 복구시킨다. 첫째는 제1지하국가를 부정하고 없는 나라로 간주하거나 아무런 이유 없이 합병이 되거나, 국방권, 외교권을 거저 넘겨 줄 때는 주권국가의 존립이 무너지므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둘째는 여왕체제의 국가를 유지하고 있는데 타방이 여왕의 권위를 실추시키거나 여왕의 왕권에 도전하여 그 직을 차지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 셋째는 제1지하국민들이 타방의 직접적 침략이나, 간접적 침략에 대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고, 묵시적 동의가 이루어질 수 있으나 현저히 국가존망의 징후가 보이거나 감지될 때 좌시할 수 없으며 흥지모임은 규정된 사항에 대하여 행동을 한다. 또 한 사람의 지역행정관은 좋은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우리 제1지하국가도 타방에 대하여 침략전쟁을 부정하고 있는 국가통치규범을 가지고 있는데 너무 과잉방어, 물론 중요하지만, 이로 인하여 타방도 군사력의 증강이나 가상적국화 할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신중하게 따져야 함이다. 우호선린으로 평화무드와 국가 간의 장벽이 무너지고 새로운 세계질서가 이루어지는 마당에 굳이 오해를 살 조직과 법규를 만들어 낸다면 국가 간 신뢰성문제, 외교적 마찰과 아울러 똑같은, 더 심한 수준의 비밀결사조직이나 특공부대를 상대방 국가도 만들게 되면 점점 악화되는 세계질서로 인해 양쪽 지하국민들은 오히려 무고하게 희생될 토양이 만들어지고 여기에서 약간의 화약고에 불이 당겨진다면 불행한 사태를 당하여 감당할 만한 대비책과 기구가 존재하는가? 란 점을 생각하면 지금의 흐름은 옳은 것이다. 그러므로 강력한 무장투쟁을 근간으로 하는 규정대신 문화규정으로 대처하더라도 국가존망의 문제에 관한 기초적인 힘을 축적하여 보유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실제적인 사안으로 돌아오게 되어 또 한 사람은 너무 급격한 충격을 흡수할 방안으로 이주민의 숫자, 이주속도, 양국문화의 섞일 정도를 느리게 할 방안을 짜게 된다. 이주민의 숫자에서는 절대로 상대방이 더 많은 인구를 확보하여 힘의 우위를 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5배수 이하의 제2지하국민 증가 숫자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지만 8억의 지하국민을 능가하거나 2억, 1억이 넘어설 때는 절대로 이민을 허가하지 말자는 안이다. 이주속도에 있어서는 제1지하국가의 백 년 영속성을 기준으로 하여 25년 주기와 30년 주기율의 기초개념에 근거하여 3~4대 동안에는 이주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위협적 상황전개에 미칠 수준이 못되므로, 아주 강력한 속도제한은 없을 것이지만 그 이후에는 강력한 통제가 따른다. 모든 사람들이 정서적 적응으로 더 이상의 이주가 불가한데 계속적으로 불법이주까지 이루어질 때는 국가공권력이 개입한다. 그렇지만 일시적인 과다이주로 인해 지역 지하도시가 공동화, 폐허화하는 것은 방지해야 하므로 제1지하국가의 한 도시 전체가 이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거부된다. 혼합문화형성에 대한 정책은 기본골격이 상호존중의 원칙과 새로운 지하국가문화유형의 창조이다. 그렇지만 제1지하국가의 의미 자체가 소멸된 문화는 용납할 수 없다. 이런 논거를 주장하면서도 짧은 역사 속에 무슨 문화가 축적되었다고 이리 설치는가? 반문도 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는 점이 옛 중국을 여러 나라가 정복하여 통치했다. 기마민족인 몽고의 중국통치, 여진족인 금나라의 통치, 만주족인 청나라의 통치, 한족은 이민족의 지배를 받는 경우에는 너무도 긴 세월을 이겨온 한자문화로 인하여, 문화적 우월성 때문에, 정치적 패배 및 구속 속에서도 오히려 몽고 글과 문화, 여진족 문화, 만주족의 문화와 만주글자를 압도하고 말았다. 그처럼 강성하던 몽고도 언어와 글자를 한족에게 영원히 적용하기에 실패하므로 한족은 아직도 통합된 중국으로 남아있고 그런대로 명맥을 계속해가고 있다. 그런 연고로 하여 제1지하국가의 문화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문화적 차별성, 민족적 자각을 통해 끝끝내 지켜야 함이다. 무력이나 정치적 우월성보다도 월등히 생명이 질기고 강인하기 때문이다. 과거 역사 속에서 200년 이상씩이나 강제로 언어와 글로써 타민족을 억압하여 식민국이 자국 언어와 풍습을 행사치 못하게 하여도 엄연히 되살아나는 놀라운 복원력을 갖추고 있다. 다른 예로는 북미대륙의 인디언들은 이주민 백인에 의해 거의 전멸되다시피 했지만 중남미에는 약간 남아 있기도 하고 혼혈의 형태로 맥을 잇고 있다. 인디언들은 그들의 역사기록도 미미하지만 새로운 국가로 탄생한 혼합문화인 미국도 그들의 200년 문화를,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는 하다. 제1지하국가는 과거 지구에서 소멸된 문화의 모습들도 보존하여야 할 인류 문화적 계승자이기도 하다. 문화인류학적 측면에서 제1지하국가는 변형된 인간의 모습들이다. 논의의 초점이 약간 과거로 흘렀지만 가장 제1지하국가다운 문화가 가장 인류사적인 것이 되므로 그 점을 잊지 말자. 또 한 사람의 발언자는 여러 점에서 건설적 의견들이 개진되었는데 갈래를 정하여 수용 가능한 폭으로부터 실제적 기구나 실천방안들을 구성하자는 안을 내놓는다. 모두들 장시간의 회의진행으로 휴식을 취한 다음 계속 토론하기로 한다.
일곱째 발언자는 쌍꺼풀진 커다란 두 눈에 하이얀 살결의 얼굴과 신중함을 간직한 몸체에서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다. 약간 이마에서 웨이브진 머리카락이 손질한 머리임을 알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발언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고 어떠한 반응도 나타내지 않고 있었다. 어찌 보면 대단히 지적능력도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남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가만히 있었는지 상상해본다. 신체구조상, 정신능력 문제에서 비교우위를 나타내지 못한 사람은 여왕 자신이 선발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시간상 제약도 있었지만 두 사람의 의견개진이 남아 있다. 듣는 쪽을 택하는 사람은 강경론과 온건론의 중간에 서는 절충주의 노선을 취하거나 자신의 의중을 감출 수도 있다. 그는 대체로 드러난 일들에 대하여 의견이 불일치되는 부분에 대한 정리와 두 가지 정도로 압축하여 찬반투표로 이끄는 마무리단계의 발언으로 향하고 있다. 흥지모임의 결성에 대해 8명의 의견을 가부로 물어보자는 안과 문화적 사안에 대하여 지하문화위원회를 결성하자고 한다. 그러면서 실제적인 자신의 독자적 견해는 피력하지 않는다. 마지막 발언자는 회의구성원 중 가장 연소자로서 장래가 몹시 촉망되는 사람이다. 어쩔 수 없는 형편인지 그는 이제껏 자랑을 늘어놓거나 예의에 어긋난 발언은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먼저 나서서 의견개진을 한 때도 없다. 늘 마지막에 순서가 돌아오고 대충 정리된 사안의 가부결정에 손을 들어왔다. 오늘도 그가 할 말은, 하고 싶은 얘기들은 앞에서 다해버려서 더 이상 중언부언 할 필요가 없으므로 앞서 발언자의 제안에 찬동하여 그렇게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수준의 발언을 한다. 회의를 늘 지켜본 사람의 입장에서 마지막 발언자는 어떤 의미에서 옵서버 성격의 인물이다. 처음 행정적 책임을 맡는 사람으로서는 집요한 관찰과 세심한 주의력이 우선이다. 남이 해놓은 방식을 따라하지 않는 독창성을 요구한다지만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사람으로서 그가 경험하지 못한 분야나 더욱 전문적 식견을 지닌 자가 내놓는 안이나 처리할 행정시행안들은 그런대로 수용해야 한다. 막무가내로 되돌리는 일도 잘 생기지 않는다. 처음에는 무슨 거수기 같고 인격이 결여된 비주체적 인간으로 자기정체성에 고민도 했지만 이제는 상당히 회복되어 행정능력이 조금씩 나아지고 보는 안목이 달라진 때문이다. 회의 참석자격이 물론 제한되지만 거기에 도달한 것도 대단한 성공이다. 대부분 탈락 되었는데 그는 아직도 열심히 발언할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실제 발언할 형편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비밀투표도 아니고 거수로 의견표명을 하는데 2명이 흥지모임을 찬동하고 6명은 거부한다. 지하문화위원회는 5명이 찬동하고 3명이 거부한다. 결과적으로 지하문화위원회(지문위)는 결성이 된다. 지문위는 당연직 의장으로 여왕을, 부위원장은 8명 중에서 일곱 번째 발언을 한 인물로 정한다. 지문위는 궁성 안에 두고 일 년에 열 번 모임을 갖고 특별한 사안에 한하여 임시회를 연다. 지문위의 첫 사업은 현실에 맞추고 미래 역사성의 연결점으로 인해 여왕의 묘를 어떻게 만드는가? 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진시황의 무덤, 부처의 진신사리 탑, 신라시대의 왕릉, 이조시대의 왕릉, 인도의 타지마할, 아직도 남아있는 것들이다. 현실성에 근거할 때 너무 넓은 지역을 차지하지 않고, 과도한 노동력을 동원하여 지하국민을 괴롭히지 않으며, 문화유적이 장기간 파괴되지 않은 채 원형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시신은 방부처리, 냉동인간, 생체조직의 해부학적 기술로 원형대로 보존하는 법 등이다. 묘지를 만드는데 있어서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화석이 남아 있는 식으로 퇴적층을 완전히 묘지화 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밑그림이 너무나 거대하여 후세인들이 이해하지 못할 것이란 점이다. 새로 건설되는 계획도시 제일 밑층에 도시전체의 크기에 여왕의 누운 모습을 조각하여 얇은 층으로 위에 다질 때 발굴조사팀도 문헌적, 역사자료로서의 설명이 표기된 지층 층에 암시 및 뚜렷한 방법을 남겨주지 않으면 그들이 분석하지 못한 채 넘어가기 때문이다. 다음 방법으로는 후세인이 금방 알 수 있게 똑같은 실제 크기 모형의 누운 흙그림을 구들장 놓듯이 수 백 만개 연결하여 놓으면 된다. 일부러 만들 필요 없이 바닥에 지층을 이룰 때 떨어지는 암석, 흙에 자동으로 얕은 요철이 된 판위로 떨어져 다져지도록 하면 된다. 다른 방법은 밑그림은 평면으로 꾸미고 실제 크기 모형은 세로로 세워서 만든다. 발굴을 하면 평면으로는 유적이 되고 수직으로는 토용이 나온다. 전체도시에 여왕의 모습을 그려 넣기 위해 제일 밑층은 그대로 다지고 다음 층까지 원래의 암석과 흙으로 퇴적층을 만들고, 다음 층에는 전체계획도시에 여왕의 하늘을 향해 반드시 누운 자세의 밑그림을 그린다. 두께는 먼저 만든 퇴적층과 같다. 이러한 방안을 내었지만 아직 확정단계는 아니다. 각 지점의 주요부문을 정하여 이 퇴적층은 도시전체가 한 여왕의 누운 모습임을 설명하는 암석에 각인된 글자가 들어간다. 과거에 사용하던 지구상의 모든 언어와 지금 사용하는 언어, 미래에 사용할지 모르는 언어로도 똑같은 설명이 밑그림에 담긴다. 동시에 이 지점은 인체의 어느 부분에 해당하며 실제 생존 시 몸의 몇 배 확대된 모습이므로 이렇게 보이는가? 설명이 첨부된다. 아울러 평면설명도에는 일어날 때, 물구나무 설 때, 약간 구부릴 때, 몸놀림에 따라 변형되는 자세와 세워질 수 있는 퇴적층의 상상도 및 유적의 비례도도 설명된다. 아기가 태어난 곳, 자궁지점이 가장 중심부가 될 것이며 왕궁이 건설될 것이란 계획안도 소개된다. 실제 누운 크기로 확대하여 계획지하도시에 32방향으로 정확하게 균등한 각도에서 위치를 맞춘다. 32개의 자궁중앙지점이 나온다. 32각형으로 연결하여 그 중심점을 찾는다. 중심점을 기준으로 지름 1km의 돌기둥을 계속 뻗쳐서 계획도시 궁성의 중앙 제단으로 만든다. 32개의 지점은 연결하여 실제 일어서 있을 때 자궁의 높이로 금강석을 평면으로 깔아서 32각형의 금강석이 돌기둥에 접한다. 두께는 남편생식기가 가장 팽창했을 때의 굵기와 동일하다. 32개의 지점에서 32색의 가느다란 금강석막대가 평면으로 되어 끊어지지 않고 연이어 돌기둥에 연결된다. 32각형 원뿔대를 상하로 맞붙여 중앙은 32각형이지만 상하는 꼭짓점이 되고 상하로 빈 공간이 생기게 된다. 토용은 여왕의 키와 같은데 32배로 32개가 64개의 원뿔대 상하로 붙은 것이 나오며 지름 1km의 중앙 기둥에는 32번의 금강석 표면층이 붙게 된다. 원뿔대 32개의 빈 공간에는 왕궁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유골로 채워질 것이다. 대칭되는 원뿔대 아래쪽 공간에는 계획지하도시가 건설되고도 무너지지 않고 진공으로 남아 있도록 강력한 물질로써 받침을 한다. 32각형의 누운 모습은 똑같지만 한 겹의 퇴적층이지만 더 쪼개면 32번 여왕의 누운 모습이 정해진 방향대로 똑같은 두께로 묻힌 도시이다. 평면으로 32각형으로 누운 것이 32번 나온다. 밑의 두 층 맨 위층 한 층까지 35층으로 평면이 된다. 32층은 누운 퇴적층이고 밑 2층은 시공상, 맨 위층 1층도 시공상 필요하다. 발굴을 하면 금강석이 나오는 표면 32층이 가장 아름답게 금방 보인다. 다 완성이 된 뒤 돌기둥의 중앙지점에 태양에서 내려오는 빛이 한낮에 쬐어지면 4명의 자녀 모습이 돌기둥의 둥그런 표면으로 새겨진다. 한 밤중에 달빛이나 별빛이 쬐이면 여왕의 모든 가족들이 나타난다. 매시간 쬐이면 같이 일하던 왕궁의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 뼈를 묻은 뼈 속의 물질을 타고 나타난다. 남자일 경우에는 자신의 정액이 돌기둥의 중앙부에 흐르게 되면 여왕의 잠자리에서의 모습이 재현된다. 남편과 정사장면, 다른 남자와 정사장면, 원하던 상대, 원치 않았던 상대의 행위 장면이 비친다. 아울러 자신의 똑같은 상황도 동시에 오버랩 된다. 여자가 난자를 돌기둥에 넣으면 여왕의 남편의 모든 모습이 드러난다. 물론 여자의 생활상도 숨김없이 드러난다. 그녀가 관계한 모든 남성의 속마음까지 나온다. 즐기기 위해서 성교를 했는지, 사랑으로 대했는지, 이유 없는 행위인지, 여러 여자들 중의 한 사람인지, 상대방 남성의 과거지사가 드러나고 심리상태도 아울러 볼 수 있는 마음의 거울이 된다. 세상에서 좋은 구경을 실컷 하고 사람의 마음까지도 알게 되어 좋을 것 같아도 너무나도 많이 알아 버릴 때 ‘모르는 것이 오히려 약’이 된다. 지름 1km의 돌기둥에 사연을 전하는 내용들이 오락가락하다가 그 누구에게도 이별이나 심한 갈등의 발생, 죽음의 문제, 살인, 모든 악한 요소로의 이행이나 발전이 예견될 때는 그 그림들이 사그라지고 행복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용서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자리 잡히고 실제화 될 때 사실이 사실로써 보이게 되도록 운영된다. 그렇지 않고 선한 마음이 사라진 상태에서 억지로 모든 것을 알고자 할 때 그 사람에게 돌기둥은 가만있지 않고 그런 마음이 살아있음을 각 개인의 내면적 마음속에 알려주게 된다. 32층의 퇴적층은 두께가 여왕의 실제 키의 32배에 달하므로 꽤 두껍다. 이 두께만큼의 세로는 퇴적층 암석구조물로 쪼개게 되면 똑같은 크기로 여왕의 실제 모습의 동상을 두께 배율에 맞추어 서있는 검허장 여왕상이다. (실제 시공에서는 약간 바뀌게 됨) 가로로는 누운 모습의 조각품이다. 1층에서 32층까지의 퇴적층에서 유골이 묻힌 지점으로 일 년에 열 번 정도 압력이 가해지면 돌기둥에 열이 일어나서 돌기둥 중앙지점에서 불꽃이 일어난다. 검허장 여왕의 새로운 자손이 태어나면 돌기둥에서 깨끗한 물이 솟아나온다. 여기에서 나오는 불과 물은 성수로써 나누어진다. 지문위는 왕족의 무덤 중 조형물 건설은 계획대로 하더라도 검허장 여왕과 남편의 묘와 시신처리 및 보존에는 아직 정해진 안이 나오지 못한다. 차차로 이 문제에 대해 더 연구하기로 하고 각 개인의 묘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에 대한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지문위는 일단 착수한 사안에 대해 보다 철저한 성공과 하자발생이 있어서는 곤란하며 더욱이 자손만대 살아가야 하는 터전인데 시공이 부실하여 계획지하도시가 붕괴되거나 파괴되는 일이 없어야 하므로 보다 적확한 설계와 검토를 반복한다. 조그맣게 실험을 하고 약간 넓혀서 실험하고 계속적으로 완전실행을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 넣고 있다. 인류문화사에서 제1지하국가의 모습을 끝끝내 남겨놓기 위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