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권 회장은 역삼동 포스코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포스코의 향후 100년을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저보다 더 열정적이고 능력있고, 젊고 박력있는 분께 회사의 경영을 넘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 부분을 이사진께 말씀드렸고, 이사회에서 흔쾌히 승낙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포스코 이사회는 같은 장소에서 임시이사회에 열은 바 있다.
권오준 회장은 이번 결정을 내리기까지 적지 않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임 시점이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념' 행사를 마친 이후여서 '거사는 잘 마무리짓고 내려오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는 권오준 회장의 후임자를 물색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권오준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0년 3월까지다.
사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사임설에 끊임없이 휘말렸다.
특히 현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대통령의 외국 방문에 한 차례도 동행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동행할 경제사절단이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진 가운데 권 회장이 명단에서 또 제외되면서 교체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권 회장이 경제사절단에서 빠진 것은 문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인도네시아 방문에 이어 세 번째였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초래한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권 회장을 현 정부가 의도적으로 배제했을 것이란 얘기가 나돌았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기업이다. 역대 사례를 비춰보면 교체설이 나올만도 하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2000년에 민영화 된 이후에도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 교체설에 시달려 왔다.
실제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 정권 교체기마다 회장 사임이라는 흑역사를 가지고 있다.
민영화 이전인 1998년부터 2003년 3월까지 자리를 지켰던 유상부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사퇴했다. 후임 이구택 회장 역시 6년 정도 포스코를 이끌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세무조사 무마 청탁 의혹이 불거져 물러났다. 취임 당시부터 외압설이 제기됐던 정준양 회장도 비리와 비자금 사건에 연루되며 박근혜 정권 출범 후 퇴진했다.
결국 권 회장도 주변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사임키로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권 회장은 1986년 포스코(당시 포항제철)에 입사해 기술연구소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원장, 포스코 기술부문장 등을 거쳐 2014년 3월 회장에 취임했다. 그간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을 통해 경영안정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