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환 작가- 대구출생 .대구성광고 졸업 .경북대 독문과 졸업 <주요저서>마음 중 단편 .대불(시집) .김대중 .한국전쟁 언저리 .금호강의 영혼(시집)
#매주 월,목요일 2회 연재
지하세계 1
3. 제 2 지 하 국 가 -1
지하국가에서는 서로들 지상으로 올라가기를 원하지만 지상 국가는 그들이 살고 있는 땅으로 불쑥 올라오는 것을 강력하게 거부한다. 지하국가가 수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지역은 오염된 곳에는 큰 방해가 없지만 대책을 강구해야 하고, 또 다른 지역일 때는 수직이동이 아닌 기존의 지하도시와 지상도시를 지나던, 지하도시를 지나 오염지역으로 올라가던, 단순수직이동이 아닌 직선․곡선․타원이동이 되어야 한다. 특수 장치를 하여서 강줄기나 호수위로 축소되어 떠올랐다가 오염 막을 서서히 벗으면서 원래의 면적을 차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하국가 저천우 토양담당관은 지상국가 아해서 특명전권대사 앞으로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 서로의 앞날을 위해 협조공한을 띄우고 절충과 타협을 시도해본다.
원칙적 사항에는 양보나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한다. 다만, 우주 공간, 해양 공간, 오염된 미개척지에 대해서는 상대방국가도 동일한 영토권을 주장할 수 있으므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할 수 없으나 자국의 안전과 이익이 현저히 침해받을 염려가 나타날 때는 곤란하다는 애매한 답신이 온다. 복제지구를 만들려던 계획에서 상당히 후퇴하여 바다에 대규모 지하도시를 띄워 올리는 방법, 예측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여 지구 주변의 태양계 범위에서 거대도시군을 인공위성처럼 쏘아 올려서 터져 나오는 원성을 일단 잠재우기로 결정한다. 검허장 여왕은 젊은 몸이라 임신이 되어서 귀찮은 일들은 신하와 남편에게 떠넘기고 몸조리나 하러 궁 안에서 쉬는 날이 더 많고 여왕자리도 몹시 거추장스럽다.
배가 부를수록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면서 꽃밭을 천천히 산책한다. 얼마 걷지 않아도 힘이 들고 졸음도 온다. 임신기간, 아기를 젖먹이는 동안에는 꼼짝달싹도 못하는 여왕이다. 여왕을 하려면 아기 낳는 일, 키우는 일이 자동으로 되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생기지도 않고 아직도 원시적인 생물체의 방식대로 될 뿐이다. 보고서 한 번 읽은 적도 없고 어떤 명령이나 귀찮은 사람들을 접견한 적도 없다. 내 몸이 무거운데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렇지만 지하국민들은 여왕이 임신한 줄도 모르고 여전히 여왕이 통치하고 있고 명령을 내리고 있는 줄 알고 있다. 모든 공문서는 검허장 여왕의 명의와 옥쇄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8억이나 되는 지하국민들이 여왕이 임신 중이란 사실도 모르는 국가이다. 가까이 있는 측근들은 알지만 그들은 국민들과 만나지 않고 일정기간 살고 있다. 조금 바뀐 것이라고는 지하국가 초기에는 임신기간이 열흘 정도 길어졌다가 햇볕이 많이 들어오는 이제부터는 예전보다 보름정도 임신기간이 짧아졌다는 보건담당관의 보고이다. 검허장 여왕은 아기를 낳고 키우는 데는 다른 여자들과 똑같다. 아무런 특이한 것이 없다. 여왕이 아니라 여자이며 어머니이다. 해마다 되풀이 하는 알몸축제에 나설 수 없고 용모가 비슷한 사람을 구해 그럭저럭 넘어가고 만다. 지하국민들에게 알권리가 봉쇄되어도 합당한가에 대한 법적인 문제로 시비를 걸만도 한대 그런 자유주의적 현상은 나타나지 못하고 숨어든다.
정치적 투명성이 검증되지 않고 통치되고 있음이다. 지하국가 국민들도 떠나는 입장에 선 쪽들은 자신을 드러내놓기를 즐거워하지 않음이다. 그들도 익명성을 요구하고 있는데 왕궁에서는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역사담당관은 성역을 타파함이 곧 기록의 진실을 알리는 일이며 합당한 수순인데 이 문제는 심한 분쟁거리가 될 수 있다. 과거의 사초나 실록들은 실제 왕은 볼 수 없으며 낱낱이 기록되어 원시적 방법으로 아직까지 유지되어 오기 때문이다. 폭군인 경우는 자신의 역사적 기록을 섣불리 들추어보고 난리법석을 떨다가 그 점이 그대로 후대에 기록되어 내려오고 있다. 검허장 여왕은 하루하루가 시간대별로 꼭꼭 기록되는 점에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다. 심한 것이다. 개인이 아니고 지하국가의 여왕이니 할 수 없이 그런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 ‘오늘은 날씨가 좋구나.’ 하면 그대로 받아 적어놓고 기분이 몹시 상해서 욕을 하면 그대로 기록한다.
어느 도시가 지상으로 갈 것인가? 투표를 하기에는 전체국민을 포함하기에는 인구수에 불합리가 생기고, 대표로서 하기는 그것도 합당하지 못하다. 우선은 기준을 정하고 후보도시를 뽑고 몇몇 도시 중에서 대표들이 모인 곳에서 소규모의 결정을 하는 것이 낭비가 훨씬 줄어들 것이란 판단은 섰지만 전체 국민에게 정당하게 납득이 되어져 순응하게 해야 하는 일에 의견들을 모은다. 대부분의 이성적 사람이면 그렇게 하는 것이 과히 나쁘지 않고 좀 아쉬워도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여겨질 만해야 한다. 제일 불평이 많은 도시, 제일 발달한 도시, 제일 낙후된 도시, 햇볕이 가장 적은 도시, 인구가 너무 많아 골치 아픈 도시, 조목조목 따져보아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많은 곳을 선택하여 정치적 토론의 여과를 거치기로 합의된다.
다음으로는 이 일이 성사되어 후속적으로 발생할 문제들과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방법의 제시를 요구받는다. 우여곡절 끝에 제28지하도시가 선택된다. 이 도시로 의학자, 건축가, 천문학자, 생물학자, 여러 부류의 연구진과 군대까지 동원된다. 솟아오름과 동시에 지하국민의 시력변화, 피부적응력, 환자발생폭, 기력이 얼마만큼 증진되는가? 임신속도, 어린이의 발육상태, 빛이 모자라 시달린 환자들의 회복속도, 등이 연구된다. 건축가들은 엘리베이터 상향방식의 통로와 질소진공부력 완충군이 어떻게 손상 받음이 없는 지 원인들을 규명해야 한다. 엄청난 에너지가 분산되지 않고 정확하게 이동하는 법칙도 찾아야 한다. 이점에 있어서는 도시전체를 이곳저곳으로 옮길 수 있다는 모델설정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들은 빛의 세기가 엄청나게 바뀌는 상황에서 인간이 생존하는 일이 계속적으로 성공할 것인가와 호수, 강, 거대 기후변화군을 제외시킨 도시구조로 얼마나 지탱할 것인지도 따진다. 생물학자들은 이제껏 축적한 기술과 아울러 유전자조작을 통하지도 않는데 스스로 적응하여 살던 지하국민이 원래의 땅에 되돌아가서 더 나은 생태계를 유지하고 종족의 번성이 단절되지 않는 지 철저히 추궁하게 된다. 제28지하도시는 지상으로 올라오자 풍부한 태양열에너지를 통해서 많은 온천들이 생기고 햇볕을 쬐이는 옥외공원시설이 저절로 생겨난다. 지하국가에서 겨우 날짜를 정하여 하던 알몸축제가 그럴 필요 없이 개인적으로 마음대로 온천욕을 하고는 푸른 야외 잔디밭에서 햇볕을 쬐면 된다. 꼬마들은 훌렁 벗고 다니는 쪽이 훨씬 많고 젊은 남녀들도 멋있는 자신의 몸매를 드러내놓고 즐기는 쪽이 모든 일보다 더 열심이다.
검허장 여왕은 배만 부르지 않다면 이곳에 가서 오랫동안 온천욕과 야외산책으로 즐겁게 보내고 싶다. 워낙 뛰어난 자신의 육체적 매력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기도 하므로 더욱 강력한 유혹이 따른다. 지금 상태에서는 곤란하므로 우선적으로 공간이 비게 된 제1지하국가의 제28지하도시와 제2지하국가의 깊이만큼 더하여 제2지하국가의 땅에다가 하늘이 배의 높이로 높아진 이곳에 여왕이 거주할 특별한 시설부터 마련한다. 태양에너지를 가장 많이 받는 곳에 푸른 초원을 만들고, 아름다운 꽃을 심고, 야외공원을 조성하고, 온천욕까지 할 수 있게끔 시설보완을 한다. 여왕의 시설이 꾸며진 다음에는 예전의 경우와 같이 전 국민에게 필요한 복지시설, 운동장, 낚시터, 등등을 꼼꼼하게 세운다. 24시간을 지루하지 않고, 깨끗한 음식을 섭취하며, 적절한 운동을 하고, 부드러운 음악을 듣고, 정신적 고통이 느껴지지 않으며, 육체적으로도 어려움이 덜 따르는 방법을 찾는다.
아침에 일어나면은 새소리와 물소리를 듣고, 가벼운 체조를 하며, 식사 후에는 빛이 약간 세어진 오전에 산책을 하고, 며칠에 한 번씩은 과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에서 온천욕을 한다. 오후 시간은 꼭 정해진 대로 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사용하도록 비워두며 저녁시간은 남편과 지내고 밤에는 푹 잠을 자는 아주 단순한 생활을 한다. 쉽고 간단하게 살고 싶은 것이 허락되지 않을 때가 많은 것이 여왕이다. 이제는 이유 없이 단순하게 살아야한다. 건강하고 멋진 아기를 낳기 위해서이다.
제1지하국가에서 제1지상국가의 도시가 된 두 곳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 생긴다. 제1지상국가와 제1지하국가의 어디서고 내성을 가진 병원균이다. 특히 어린아이와 노인들에게 치명적이다. 거꾸로 일이 생긴다. 젊은 쪽은 그대로 남아 있고 병에 약한 쪽은 제1지하국가로 되돌아오고 있다. 완전하게 해결된 것이 아니라 부양인구가 늘어난다. 이런 일로 인해서 지상국가로 진출하려는 세력군이 주춤거리게 되고 공간 확보의 100% 해결점은 막연한 꼴이 되어 예전의 방식을 다시 찾아보고 개선점을 추구한다. 지상의 두 도시의 삶의 구조는 특이하다. 모든 것이 청년문화로 이루어진다. 음악은 신나고, 역동적이며, 빠르고, 경쾌하다. 정신적 구조는 세밀하지 않으며, 저변이 두텁지 못하고, 빈약하다. 운동장은 무척 많고,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대부분이다. 가정에 있는 시간보다는 밖에서 움직이는 일이 훨씬 많고 길다. 젊은 세대들은 상당히 멀리 떨어진 두 도시를 연결하여 내왕하는 일이 빈번하다. 중간에는 위험지역이 넓게 분포되어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두 도시를 직선으로 연결시키고 위쪽으로 삼각형을 만들어 그 위쪽 지점에 사랑의 광장을 우주상공에 만든다. 자동레일로 위아래를 요금 없이 다닐 수 있다.
사랑의 힘이 새로운 도시를 탄생시킨 것과 같다. 이 소식이 지하국가에도 전해져 청춘남녀가 너무도 많이 몰려들어 교통 혼잡과 잠잘 방이 몹시 부족하여 더 넓혀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
이 지점에 지하국민의 젊은 층을 이주하기 위한 계획을 짜야하지만 노동력과 차세대주자들을 너무 많이 내보낼 때 지하국가의 존립기반도 무너지게 되므로 너무 좋은 곳이라고 선전해서는 곤란한 지경이 된다. 어떻게 하면 사랑의 섬에 몰리는 인구를 적정수준에서 되돌릴 것인가라는 정책과제를 떠안게 된다. 150Km~300Km의 상공으로만 개인우주선을 몰던 지, 비행선을 이용하면 도달할 수 있으므로 500개 비행장에서 출국심사를 엄격히 하여 사랑섬에 가는 사람은 월등히 많은 세금을 내게 한다. 그래도 줄지 않으면 사랑섬에 입국한 횟수를 기준으로 제한을 가하게 된다. 횟수로도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평생에 가 볼 수 있는 연령대에서 조절하기로 최종결정한다. 처음 제한이 없을 때 가 본 사람들은 많은 자랑을 할 수 있지만 그 뒤로 가 본 사람이 아주 드물게 된다.
상황이 실제보다 부풀어져서 더욱 낙원인 것으로 인식되는 모순이 생긴다. 좀 좋은 것이지 아주 좋은 것은 아닌데 기대심리를 낮추기가 힘들다. 궁여지책으로 지하도시 전체에서 꽤 태양열이 많은 곳으로 비슷한 공간을 만들어 이곳으로 모이도록 유도해 보지만 큰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잘못된 신화가 만들어져 괴물이 되어간다. 지하국가로서도 젊은이들의 강력한 요구를 강제적 방법으로 억압하는 것도 한계에 달한다. 어느새 정부는 굴복하는 수준까지 내려가 200개의 비행장을 더 증설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예전의 경험에서 더 큰 힘으로 40% 기력이 증진된 지하국민들을 마주하게 된다. 단순수치개념으로 맞아 떨어지지는 못해도 이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
이런 관계로 발전이 되는지 정확한 진단은 나오지 못했으나 어린이, 노인들을 새로이 올라간 두 곳의 지상도시에 다시 실험적으로 보냈을 때 그들은 큰 무리 없이 적응해나가는 것이 발견된다. 원인 모를 병원체가 지하국가의 25층 여과장치를 통과한 태양에너지로 인해 없어지자 이 해석을 놓고 신체구조에 적절하게 적용되었다고 간단히 말하지만 학자들도 시원스런 판단자료와 연구결과를 내놓지 못한다. 이산가족이 되었던 집안들이 재회의 기쁨을 느끼면서 비행장이 북적대게 되고 사랑섬으로의 불법탈출 젊은 남녀가 늘어나고 비행장은 100개가 더 생기고 만다. 800개의 비행장으로 인해 이곳은 비행장이라기보다 버스정류장, 철도역처럼 인식돼 버린다. 단순비교치로 60% 늘어난 태양에너지는 지하국가에서 적절히 활용도를 높였기 때문에 그 효력은 더욱 크다. 이러한 국가적 능력이 한 계단 아래의 제2지하국가를 튼튼하게 세우는 기초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