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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낙영 전 경상북도행정부지사 |
지난 4월 29일 제4차 대선후보 TV 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후보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칼빈슨호 함상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짓겠다. 세일가스 수입으로 사드배치 비용문제, FTA재협상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겠다 "고 말해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느닷없이 세일가스라니? 사실 이 발언은 이날 오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배치에 따른 비용 10억불을 한국정부에 요구하고, 힐러리가 맺은 끔찍한 한미 FTA를 재협상하거나 종료하겠다”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두 죄파 후보는 일제히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사실 사드배치 비용문제는 SOFA 규정에 따라 그 부지 기반시설은 한국이 제공하고 운영유지비용은 미군이 부담하기로 이미 결정이 난 사항이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이런 말을 한 것은 이 사실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거나 아니면 여러차례 공언한 바 있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협상 및 한미 FTA 재협상에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내지른 전략적 발언이 아닌가 여겨진다. 타고난 장삿꾼인 트럼프에게 더 중요한 것은 미국에 막대한 적자를 안겨주고 있는 한미 FTA일지도 모른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자국이익 우선을 노골화하고 있는 트럼프에게 자동차를 비롯한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고 국내 일자리를 늘리는 일은 최우선의 괴제일 수밖에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큰 골치거리일 수밖에 없는 이 문제에 대해 다른 후보들이 대안도 없이 남의 탓하기에만 급급하고 있는 사이 홍 후보는 세일가스 수입이라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실타래처럼 얽힌 한미간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신의 한수라 할만한 묘책이라 여겨진다. 세일가스는 현재 미국의 경제호황을 이끌고 있는 원동력의 하나로 그동안 미국은 꾸준한 기술개발로 채굴비용을 줄이고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성공하여 2009년부터는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제일의 가스생산국이 되었다. 그 매장량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매장량에 맞먹는다고 하니 미국이 큰소리를 칠 만하다.
세일가스는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사 줄 수 있는 훌륭한 교역상품이다. FTA 재협상을 한다면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응하여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좋은 카드이고 안보적 측면에서 한미동맹을 굳건히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비책이기도 하다. 우리로서는 중동 등 일부 지역에 편중되어 있는 에너지 수입원을 다변화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를 장악하기 위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데 이 해역이 봉쇄될 경우 한국과 일본, 대만은 석유수입 항로가 막혀 꼼짝없이 고립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위기는 곧 국가안보위기이고 국가 생존에 직결된 문제다. 남중국해를 거치지 않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 바로 세일가스를 확보할 수 있다면 그만큼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이 커진다. 세일가스를 대량으로 비축할 연료기지가 필요한데 일본은 지진 때문에 짓기 어렵다. 그 비축기지를 한국 동해안에 짓는다면 우리는 저렴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동북아의 에너지 중간 공급지로서의 위상을 구축할 수 있다.
이에 따른 관련 산업 유발효과와 일자리 창출효과도 크게 기대된다. 세일가스 운송용 대형 LNG 특수선박 수요가 생겨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산업 경기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유류가가 인하된다면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미리 간파하였는지 한국가스공사는 올해부터 미국산 세일가스를 연 280만 톤씩 향후 20년간 도입하는 장기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한다. SK E&S와 GS EPS 등도 미국산 세일가스를 2019년부터 각각 200만 톤과 60만 톤 들여올 계획이라고 한다.
홍 후보의 세일가스 발언은 이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한미 양국 모두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상호 호혜적 거래이다. 누가 아이디어를 내었는지, 그리고 득표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으나 이에 관계없이 모처럼 속이 뻥 뚫리는 좋은 공약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