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불가분의 관계와 力學-
▲최기덕 (여의도 정치미디어
그룹 대표)
98년의 제 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신한국당에서는 이회창, 이인제 등 7용8룡(龍)이 나와 경선을 하며 한껏 선거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순전히 DJ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만든 ‘새정치국민회의’에서는 당연히 DJ가 대선후보로 나가는 것이 기정사실이었지만 당시의 민주적 경선 분위기를 도외시할 수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기로 하였다. 그러자 당내 비주류의 수장인 후농 김상현 의원이 당권 대권 분리론을 들고 나와 정대철 의원은 대권후보 경선에 후농은 당권후보 경선에 돌입하였고 DJ는 당권 대권에 동시 출마하였다.
당시 DJ는 당권대권 통합론을 주장하면서,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후보를 잘 지원해야 하므로 당권도 갖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반대파는 “영감이 너무 욕심이 많다”고 비판하였다. 결과론이지만 DJ 는 그의 카리스마와 마지막 대권도전에 대한 당원들의 열망 때문에 전당대회에서 당권과 대권을 모두 쥐게 되고 필생의 소원이었던 대통령에도 당선되었다.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2014년 7.30 재보궐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나자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임시전당대회를 통해 새민년의 당대표가 되었다. 아직 대선이 3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너무 일찍 당권을 잡은 감이 있지만 2015년의 4월의 총선을 생각하면 그럴 법도 하였다. 왜냐하면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여 자신의 대권 도전 재수를 도와줄 의원들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4.30 보선 참패로 인하여 당내 외에서의 사퇴 압력에 시달리고 있으니 너무 일찍 나무위에 올라 바람 잘날 없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새누리 당의 김무성 대표체제는 2017년의 대선을 향해 서서히 기지개를 키며 잘 나가다가 공무원 연금개혁에서 ‘오바’를 하는 통에 청와대로부터 역풍을 맞아 잠시 주춤한 상태이다. 당권을 가진 자가 대권 후보까지 거머쥐게 될지는 아직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개헌은 물 건너 간 것 같지만 장외에서 뛰는 후보들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 후보를 당내 경쟁을 통해 선출하는 한 당권을 가진 후보가 유리할 것은 당연 하다.
이쯤에서 타산지석으로 삼기위해 미국의 정당제도와 총선과 대선후보 선출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양국의 정치제도는 역사적 지역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미국식을 많이 차용했고 걸핏하면 미국식으로 하자는 주장들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도 1960년대 까지는 우리나라의 3김 보스 정치처럼 당을 장악한 유력인사(Party Machine)들이 공천권을 쥐고 자기들 입맛에 맞는 후보를 선거에 내보냈다. 케네디를 대통령 만들었다는 전설적인 시카고 시장 존 데일리는 마치 갱단의 보스 같이 군림하며 당을 좌지우지 했다. 당연히 검은 돈거래와 정경 유착 등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여 국민들의 원성이 일자 당에서 예비선거(Primary) 제도를 도입하여 현재와 같이 정착된 것이다. 우리는 통 털어서 예비선거라고 부르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당원들만이 참여하는 예비선거, 즉 Caucus가 있고, 일반 시민도 참여할 수 있는 Open Primary로 나눌 수 있다. 미국인들은 투표권등록 (registration)을 해야만 투표를 할 수가 있고, 이때 자신의 ‘소속 당(affiliation)’을 정하게 되므로 당원만의 투표가 가능하고 상대 당에서 약한 후보를 의도적으로 뽑는 ‘역(逆)선택’을 막을 수가 있다.
미국정당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선거정당과 의회정당이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처럼 거대한 중앙당이 의회와 선거를 함께 관장하는 것과는 다른 패턴이다. 우선 미국 정당에는 당 총재가 없다. 집권당은 대통령이 명목상의 당 총재 역할을 하지만 야당은 그런 당 총재라는 존재 자체가 없다. 연방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 각 정당은 주(state)당의 결집체적 성격을 갖는다.
“선거를 위한 중앙당은 공화당 전국위원회 ( National Republican Committee), 민주당 전국위원회( National Democratic Committee)라고 불린다. 하원의장(House Speaker), 다수당 지도자(Majority Floor Leader), 소수당 지도자(Minority Floor Leader), 원내총무(Whip) 등 양당의 지도자들은 상하 양원의 양당 의원 총회에서 뽑힌 정치인들이고, 전국위원회는 전국의 주당에서 위원들을 선출해 결성된 전국조직이다. 상하 양원의원들과 전국위원회는 완전 별개 조직이다. (한국도 이를 흉내 내 원내 대표와 정책위 의장을 의원들이 선거해 뽑지만, 의원들이 중앙당의 당직도 독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의회정당은 전국적인 선거지원 등에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의회정당은 상하 양원별로 의원들의 선거를 돕기 위한 선거위원회를 따로 두고 있을 뿐이다. 양당 전국위원회의 기본기능은 4년에 한 번씩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이 과정에서 전당대회에서 정강정책을 채택하기 위해 정강위원회를 구성해 정당의 방향과 활동지침을 정하는 역할을 하며, 대통령후보들과 상하 양원후보들을 선거자금 모금과 각종 기술적인 차원에서 돕는 것이다. 또 연방과 주, 지방 차원의 각 당 조직과 선출직 후보들이 공동전선을 펴도록 협조망을 짜는데 있다.
비 선거철에는 전당대회 준비, 자금모금, 지방당과의 연계강화 등에 주력하고, 선거 때는 매일 보도 자료를 미디어에 전달하고, 직접 전국의 후보들을 위해 TV 광고를 하는가 하면, 연방과 주,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직접 헌금하거나 돕기도 한다. 또 주와 지방당의 당직자들을 훈련시키기도 한다. 당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투표율을 높이는 프로그램도 전국위원회의 몫이다” (미국정치론에서 발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하게 미국의 정당과 선거제도를 살펴보았지만 미국식 제도에도 장단점이 있고 우리가 차용하려면 많은 시행과 착오가 있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경제력이 상승하여 5-60년대의 ‘고무신 선거’는 벌써 사라졌고, 돈 선거는 엄격한 선거법 집행으로 인해 많이 없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당의 공천을 받는 문제는 실력자와 후보 간의 은밀한 거래가 가능한 것이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진정한 정당민주주의가 정착되기 힘든 것이다. 어느 제도이든 문제는 있는 법이니 예비선거로 공천자를 결정하게 되면 이중선거, 비용의 증가, 일단 이기고 보자는 공약과 포퓰리즘 등 많은 문제가 대두된다. 그러나 대세는 점차 상향식 공천제, Primary로 굳어가고 있어 새누리 당에서는 이미 당론으로 채택했고, 새민년은 아직도 당권을 가진 쪽의 기득권인 공천권을 놓고 옥신각신하며 자중지란에 빠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