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기덕 (여의도 정치미디어 그룹 대표) |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둔 피의자가 자살하는 바람에 검찰도 허탈한 분위기 이다. 그러나 검찰이나 영장판사들도 천편일률적인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라며 피의자를 구속수감하는 구태의연한 작태를 바꿔야 한다. 검찰과 법원의 편의주의 실적주의이고, 식민지 일제시대 통치수법의 잔재이다. 영미법체계에서 하듯 건전한 시민들에 의한 배심원재판(jury trial)을 도입하자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건과 관계없는 배심원들을 국민의 의무로 선택하고 이들이 변호사와 검사의 법정에서의 다툼을 보고 재판하며 판사는 사회를 보고 배심원들의 유무죄 평결에 따라 형량을 선고하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왕명을 받은 금부도사가 역적들을 취조하면 일단 “네 죄를 알렸다”하며 고신(拷訊)을 하였다. 고신을 받다 자복하면 역적이 되어 본인이 죽는 것은 물론이고 온 가족이 연좌로 죄를 받아 죽거나 아녀자들은 종으로 전락하였다. 그래서 차라리 맞아 죽는 것을 택했으니 이것이 물고(物故)로써 요즘의 피의자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이다. 정권에 공세우기에 급급한 현대판 금부도사인 특수부 검사들이 피의자 가족을 털고 잡범 수준의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려 사회적으로 매장하며 본건과는 관계없는 ‘별건 수사’로 압박하는 것이 예전의 고신이고 이에 저항해 자살하는 것이 현대판 물고 이다. 시대는 흘러갔고 세상은 변했지만 사람들 하는 짓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기획사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입장도 난처하게 되었다. 과거 노무현 전대통령, 안상영 부산시장, 모 대학교수 등이 그에게 수사 받던 중 자살하였으니 검사가 아니라 저승사자 꼴이 된 것이다. 공직자중 최고재산가라니 곱상한 외모대로 험한 일을 하지 않았으면 구설에도 안 오르고 편히 살 수 있을 것이다. 법조인에게도 정치는 불가근불가원의 관계이니 이를 명심하고 공직을 수행할 것이다.
사람이 국가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한 정치와 경제로부터 벗어나거나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정치와 경제는 국가를 견인하는 마차의 양 바퀴(二輪)이다. 한쪽이 삐끗하면 다른 쪽도 움직이지 못한다. 서로가 필요한 존재이니 각자의 본분을 지켜 화합해야 한다. 정치를 업으려 했던 비운의 기업인의 말로를 보니 여러 가지 사회와 법조의 적폐들이 난망지사로 떠오른다.